스팸은 과연 햄일까 소시지일까? 그 정체에 대한 궁금증
스팸은 과연 햄일까 소시지일까? 그 정체에 대한 궁금증
소식 외에도 살 안 찌는 이유는 박소현 먹을 때 이것 지킨다
스팸.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에 해당하는 식품이 아닐까?
흰 쌀밥에 올라간 짭조름한 분홍색 스팸.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그런데 스팸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의 나는 스팸이 햄이라고 철썩 같이 믿었다.(사실 스팸 말고는 딱히 햄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었다.)
그런데 스팸이 사실은 햄이라고 할 수 없단다. 차라리 소시지에 더 가깝다고 한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말. 원래 비닐 같은 껍질이 있고 길쭉하게 생긴 것이 소시지
반대로 넙데데하게 생긴 것이 햄 아닌가? 넙데데한 스팸은 당연히 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그런데 외국에 나가서 접해본 소시지는 항상 껍질이 있지도 않았고, 길쭉하게 생기지도 않았다.
우리나라 모 패스트푸드 식당의 소시지 머핀에 있는 소시지만 해도 그렇다. 얼핏 보면 햄버거 패티처럼 생겼다. 그런데도 소시지란다.
사실 소시지와 햄의 구분에서 가장 결정적인 기준은 고기의 분쇄 여부라고 한다.
햄은 고기 덩어리 자체를 절이거나 훈제를 해서 만드는 것이고, 소시지는 고기를 갈아서 케이싱
(비닐 껍질 같은 것)에 넣어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케이싱 없이 패티처럼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기를 갈아 만든 스팸은 햄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존재가 된다.
맛있으면 됐지, 햄인지 소시지인지가 뭐가 중요한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햄인 듯 소시지인 듯한 스팸의 정체를 들으면 뭔가 마음이 불편해 할 것이다.
어떤 사물을 특정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우리 지각·인지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각·인지 시스템이 갖는 궁극적 목표는 주변 환경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어두운 숲을 걸어간다고 생각해보자.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면 공포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 소리의 정체가 새끼 길고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안심이 된다.
혹시 소리의 정체가 호랑이라면 난감한 상태가 되겠지만, 그래도 정체를 모를 때보다는 낫다.
대상을 알면 확실한 대응 전략(도망을 간다던가, 죽은 척을 한다던가, 아니면 떡을 하나 던져준다던가)이라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있다. 그 모든 것들을 각각 세세하게 처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범주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하나의 사물을 더 큰 범주로 구분해 관리한다.
예를 들어, 무지개를 생각해보자. 모든 독자들이 알고 있듯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 7개 색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실제 무지개는 7개 색이 아닌, 380nm에서 750nm에 걸친 스펙트럼이다.
그 안에서 색과 관련된 파장이 연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무지개에는 수만 가지의 색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스펙트럼을 7개의 색으로 범주화시켜 받아들인다. 이런 것을 범주화 지각이라고 한다.
범주화 지각을 하면, 하나의 범주로 묶인 개체끼리는 더 유사하게 지각을 하고
다른 범주에 묶인 개체들은 더 차이가 나도록 지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래의 그림을 통해서도 쉽게 경험해 볼 수 있다.